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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다나이드, 로댕과 클로델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본문

문화이야기/그림이야기

[조각] 다나이드, 로댕과 클로델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바람다당 2012.01.02 00:01

DanaidDanaid, circa 1889, marble carved by Jean Escoula, 36 x 71 x 53 cm




 다나이드(La Danaïde)는 "생각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한 "지옥의 문 (La Porte de l'Enfer)"을 위하여 구상된 일련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지옥의 문을 위해 구상된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단테의 신곡에 기반하고 있는 작품 다나이드에는 다음과 같은 그리스 신화가 담겨져 있습니다.
 
 다나이드는 그리스어로 다나이스(복수형 다나이데스)이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나우스(Danaus)왕의 "50명의 딸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50여명의 딸을 가진 다나우스 왕은 어느 날 신탁을 받게 되는데, 그 신탁의 내용은 자신이 사위에게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었습니다. 이러한 신탁의 실현을 막기 위해 다나우스 왕은 딸들에게 첫날 밤 남편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고, 이에따라 50명의 딸들 중 49명의 딸들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남편을 살해하게 됩니다. 
 
 결국 그녀들은 남편을 죽인 벌로 지옥에서 결코 채워지지 않는 독에 물을 퍼나르는 형벌을 받게되었고, 이 작품은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아이깁토스(이 이름에서 이집트가 유래)와 다나오스는 쌍둥이 형제이다. 아이깁토스에게는 아들이 50명 있었고 다나오스에게는 딸이 50명 있었다. 아버지 벨로스가 죽자 두 형제는 왕위 다툼을 벌이는데, 아이깁토스는 자신의 아들 50명과 다나오스의 딸 50명을 결혼시켜 왕위를 차지하려는 계략을 꾸민다. 음모를 눈치 챈 다나오스는 딸들을 데리고 리비아를 떠나 그리스의 아르고스로 도망가 그곳 왕이 된다.

그러나 아이깁토스의 아들들은 그곳까지 쫓아와 끈질기게 결혼을 요구한다. 자신의 사위들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신탁을 들은 다나오스는 시달림 끝에 마지못해 결혼을 허락하지만, 은밀히 딸들에게 결혼 첫날밤에 남편들을 죽이라고 한다. 딸들은 날카로운 핀을 머리카락에 숨겨 두었다가 남편들이 잠이 들자 심장을 찔러 죽이고 만다. 단 한 명 맏딸 히페름네스트라만이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고 자신의 처녀성을 존중해준 남편 린케우스를 살려준다. 구사일생 살아난 린케우스는 다나오스와 자신의 아내를 제외한 49명의 다나이스를 모두 죽이고 아르고스의 왕이 된다. 남편을 죽인 죄로 타르타로스(지옥)로 간 49명의 다나이스는 밑바닥이 빠진 항아리에 끊임없이 물을 채워야 하는 영겁의 형벌을 받는다.


 

DanaidDanaid, circa 1889, marble carved by Jean Escoula, 36 x 71 x 53 cm, 부분

 

 작품 속의 다나이드는 바닥에 얼굴을 묻고 있어 그 표정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거친 바닥의 질감과 바닥에 파묻은 얼굴위로 흩어진 힘없는 머릿결, 그리고 허리와 등의 굴곡에서 여인의 극적인 비극과 슬픔을 유추해 볼 따름입니다. 

 차라리 불을 훔쳐 인간에게 건네준 프로메테우스가 되어 영원한 형벌을 받았다면 적어도 그 형벌에 대한 의미라도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의미 없는 노동이라는 그 끔찍한 형벌 속에서 다나이드는 절망과 체념을 반복할 뿐입니다.



“옷을 벗은 여성, 그 얼마나 위대한가! 마치 구름을 뚫고 빛을 비추는 해와 같다. … 모든 모델 안에는 자연이 그대로 존재한다. 보는 법을 아는 눈은 여기에서 자연을 발견하고 멀리까지 쫓아간다. … 바로 미지의 심연과 삶의 본질, 즉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우아함과 우아함을 넘어서는 모델링이다. 그러나 이는 언어를 초월해 있다.”   - 로댕




 
 이처럼 작품 다나이드에는 허무와 절망 그리고 슬픔이 담겨져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비극이 작품 속 여인의 슬픔을 더욱 극적이고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 속 이야기가 그려낸 비극의 끝에는 그 비극과 맞닿아 있는 현실 속의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다나이드다나이드, 브론즈

 

"대리석 주위를 돌아가는 완전하고도 긴 여정에로의 유혹... 돌 속으로 사라지지 않으려고 하는 얼굴... 영겁의 얼음과 같은 돌에 깃든 영혼 깊은 곳에서, 흩어져 사라져가는 마지막 꽃처럼 지금 단 한번의 생을 산다는 것을 말해주는 팔... "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카미유 클로델카미유 클로델, 1884

 그 여인이 바로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 이었습니다. 로댕은 바로 이 작품 다나이드를 만들때 그의 뮤즈인 까미유 클로델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여성이 아카데미에 들어가 교육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정식 조각 교육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개인적인 모임과 활동까지 금지하지는 않았기에 클로델은 여성들로 된 조각모임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883년의 어느날 로댕은 이 모임의 교사로 초대되었고 그 모임에서 19살의 소녀 클로델과 43살의 조각가 로댕이 첫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이후 카미유의 천재성을 엿보게된 로댕은 그녀를 자신의 작업실 조수로 초빙하게 되고, 조수이자 연인 그녀와 함께 작업한 10여년의 세월동안 로댕은 수 많은 역작들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나는 황금이 나는 밭을 카미유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그 밭에서 캐낸 황금은 전부 카미유의 몫이다."     - 로댕

카미유 클로델로댕을 위해 포즈를 취한 까미유


하지만, 그녀의 천재성을 존중하면서도 시기한 로댕은 그녀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만을 취하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그녀와 다른 여인 로즈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만 취하는 로댕에 분노하며 그를 떠나게 됩니다.

 이후 로댕은 그녀가 작품 전시회를 열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했고, 그녀 역시 로댕에 대한 분노와 작품 전시회의 실패로 인해 결국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우울증과 피해망상 증상이 지속되던 그녀는 결국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용되었고 결국 그 곳에서 30년의 생을 보낸 후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마치 영화와도 같았던 그녀의 비극적인 삶은 1988년 브뤼노 뉘탱 감독,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게 됩니다.




카미유 끌로델까미유 끌로델역의 이자벨 아자니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작업하고 싶다"   -까미유 끌로델



그녀는 로댕의 뮤즈이자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제자인 동시에 연인이었던 그녀로 인해 로댕은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지옥의 문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을 구상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사랑은 결국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비극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9세기 프랑스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심했던 시기였기에 그녀는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기 위해 로댕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로댕은 제자이자 연인인 그녀의 집착과 천재성에 지쳐갔습니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감당할 수 없었던 로댕은 결국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준 평범하고 착한 여인 로즈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대가 만들어낸 까미유의 비극은 그 비극의 끝에서 작품 다나이드와 어느덧 맞닿아 있었습니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지만 남편을 죽여야만했던 다나이드처럼,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로댕을 버려야만 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천재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의 비극은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습니다.

 결국 다나이드의 무한의 형벌처럼, 로댕을 떠난 그녀는 사랑의 실패와 세간의 악평 속에서 평생 우울증의 늪에 빠져 살다 그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다나이드의 비극과 닮은 그녀의 삶을 바라보며, 다나이드의 슬픔 속에서 로댕의 연인 까미유 끌로델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무리한 일 일까요?


 로댕의 다나이드(La Danaïde)는 지옥의 문 (La Porte de l'Enfer)을 위해 구상되었지만, 결국 지옥의 문에는 설치되지는 않았습니다.


까미유 끌로델몽드베르그(Montdevergues)수용소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6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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