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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 - Christina's World 본문

문화이야기/그림이야기

[그림]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 - Christina's World

바람다당 2012. 7. 9. 00:00


 

 Christina's World - 앤드류 뉴웰 와이어스 (Andrew Newell Wyeth)


 그림을 읽다보면, 때로는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작품도 있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암호와 같은 작품도 있습니다. 반면, 어떤 작품들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마음속에 작은 여운을 남기기도 하는데요, 이 작품이 바로 그런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Christina's WorldChristina's World, 1948 ,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New York, U.S.

 

 먼저 작품을 보게 되면 한 여인이 풀 밭에 앉아 저 멀리 지평선에 걸려있는 집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평화로운 풀 밭과 완만한 지평선, 그리고 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

 

 이 그림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있을까요? 

 그리고 작가는 이 그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했을까요?  

 

 그림에 담겨진 이야기를 하기위해서는 우선 그림의 세부적인 부분을 확인해 보아야 하는데요, 여기 그림의 일부분을 확대해 보았습니다.

 

andrew Wyeth, Christina's World 1948, 부분

 

  조금은 어색하게 뒤틀린 팔과 흙을 움켜진 그녀의 손에서, 처음 그림을 보았을 때 느꼈던 평화롭고 몽환적인 느낌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있을 듯한 느낌이 드네요.


 앤드류 와이어스 (Andrew Wyeth)는 평소 자신의 고향인 펜실바니아주와 메인주를 번갈아 다니며 작품활동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그 중 이 그림은 앤드류 와이어스가 여름에 체류하던 메인(Maine)주의 올손(Olson)농장에서 그려졌다고 합니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할 때 주로 올손家의 풍경이 보이는 2층 방에서 작업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그의 작품들을 보면 이 집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꽤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편 그 올손家의 마지막 후손이 바로 이 그림 속 주인공인  크리스티나(Christina)였는데요, 안타깝게도 그녀는 어린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불편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이 바로 그런 장애를 지닌 크리스티나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작가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작품인 것입니다.

  

  앤드류 와이어스가 이 그림은 그리게 된 계기는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작품을 구상하며 올손家의 2층방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의 눈에 어느날 들판을 가로질러 `기어가던' 그녀가 목격되는데요, 그 모습에서 불현듯 영감을 얻은 그는 작품을 그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몇 달씩 되도록 이거다 하는 게 안 보일 때도 있습니다. 영감이라는 것이, 눈앞이나 저기 고속도로에서 나뭇잎 하나만 날려도 떠오르기도 합니다. 일단 필이 꽂히면 막가는 겁니다. 영감이라는 건 또 말로 하려면 참 허황되고 거짓말 같기도 합니다. 사랑을 하는 것하고 비슷하달까. 어떨 땐 되고, 어떨 땐 안 되고. 왔다 싶으면 온 거고. 가만히 앉아서 뭘 할까 생각하는 일, 그런 일을 몇 번 해봤는데, 싫더라고요.

- 앤드류 와이어스 (Andrew Wyeth)

 

Christina's World

 

 그렇게 그는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머리와 몸을 스케치 하는데만도 거의 2달여에 달하는 시간을 소모했는데요, 아마도 이런 노력과 열정,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이 이 작품을 그의 대표작으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1948년에 내가 이 그림을 그렸는데, 지금(1998년)까지도 나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크리스티나가 무엇을 했는 지 알고 싶어하는 전 세계의 애호가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사실상 어떤 명확한 이야기는 없다. 이 템페라(Tempera )가 생긴 때에는 나는 올손(Olson)가 집 2층에 있었고, 크리스티나가 들판을 기어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길로 내려가 그 집을 연필로 스케치를 했지만 들판으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나의 기억은 사물자체보다 사실주의에 치중했다. 나는 끝날 때까지 크리스티나에게 가지 않았다. 나는 몇 달동안 갈색 들판에서 작업을 하였고, 빛바랜 대합조가비같은 그녀의 분홍 드레스를 줄곧 생각했다. 드디어 나는 용기를 내어 '당신이 밖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려도 좋으냐?'고 물었다. 나는 크리스티나의 불편한 팔과 손을 그리기 사작했으나, 결국 포즈를 취하기가 너무 어려워 나의 처 Betsy에게 대신 포즈를 취하게 했다."

 

 한편, 이 작품의 구도적 특징을 살펴보면 크리스티나를 중심으로 많은 부분이 여백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광활한 들판과 그 들판에 `놓여져있는' 분홍색 원피스의 크리스티나에게 시선이 머무르게 됩니다.

 

Christina's World


   그리고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사선 구도에 놓여있는 올손家로 시선이 옮겨지는데요, 시선은 잠시 집에 머물다 좌측의 헛간, 그리고 헛간에서 이어지는 들판의 경계선을 따라 호를 그리며 다시 크리스티나에게로 옮겨집니다.  

 사실 이런 시선의 흐름이 절대적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시점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시선의 흐름 사이에 있는 넓은 여백들과 다소 불안정한 사선 구도 인해 크리스티나가 느꼈을 긴장감과 황량함이 더 잘 전달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지방주의(Regionalism)를 표방한 사실주의(Realism)화가 - 앤드류 와이어스

 

Christina's World 

 이제는 좀 더 세부적으로 그림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크리스티나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부스스한 머리카락의 느낌과 바람에 날리고 있는 머리카락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세세하게 표현함으로써 장애를 지닌 그녀가 현재 `놓여져'있는 공간이 황량한 바람이 부는 현실의 들판임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합니다.

 

Christina's Worldandrew Wyeth, Christina's World 1948, 부분

 

 또한 그녀의 다리부분을 확대해 보면, 소아마비를 겪고 있는 그녀의 가냘픈 다리와 헤진 신발의 박음질 자국, 그리고 우후죽순으로 자라난 들판의 풀들이 원근감있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표현은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느낌과는 달리 그녀가 처해있는 현실을 좀 더 극적으로 연출하는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앤드류 와이어스는 사실(Realism)적 표현을 한 사실주의 화가이지만,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강조했다고 해서 "마법적 사실주의" 화가라고도 불리우는데요, 미국적인 정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지방주의 - Regionalism) 그 공간을 의도적으로 재배치함으로서 독특한 특색을 가진 작품들을 그려냈습니다.

 

  한편 이 작품은 "템페라" 방식으로 채색을 하였다는 점역시 눈에 띄는데요, 템페라는 유화가 발달하기 전인 12 ~13세기 초 벽화나 패널 채색용으로 많이 쓰인 방식이지만, 앤드류 와이어스는 템페라 방식을 현대적으로 이용해 작품을 그려냈습니다. 템페라화는 그 특성상 수채화나 유화와 같이 자연스러운 표현은 어렵지만, 빛을 적게 굴절하여 맑고 투명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으며 마르고 난 후에는 색조가 다소 밝게 표현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 작품에서도 다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비현실적인 색조가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작품의 몽환적인 느낌을 더욱 잘 살아나고 있습니다.

 "저는 추상과 사실사이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가능하다면 죽기 전에 저의 광적인 자유분방함과 사실에 대한 흥분을 묶어서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싶습니다."

 

 

Andrew Newell WyethAndrew Newell Wyeth 1917. 7. 12. ~ 2009. 1. 16.

 사실 앤드류 와이어스는 살아생전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 행복한 화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미국을 대표하는 국민화가로 국민들의 사랑을 아낌없이 받기도 했고, 그 덕에 그의 작품들은 비싼 값에 팔려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명성으로 인해 백악관에서 개인전을 연 최초의 화가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에서는 동시대의 화가들에게서 느껴지는 구성의 화려함이나 표현의 난해함이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실제 고향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민족 정서속에 공유하는 고향의 모습이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이듯, 그는 미국인이 그리워 하는 감성적인 미국의 모습을 한편의 서정시를 쓰듯 그려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화가 박수근의 작품이 그러하듯, 그의 작품 속에는 잊혀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시대와 기법을 떠나 더욱 더 사랑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사랑을 믿으세요. 무언가를 사랑하세요. 무언가를 깊이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강대국으로서, 미국과 미국이 상징하는 것을 내세우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려면 이 길밖에 없습니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난 비극이라고 봐요. 집에 틀어박혀 어릴 때부터 늘상 보던 것만 그리라는 게 아니라, 현실의 본질은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는 데 있다는 겁니다. 나는 그렇게 믿어요. 외국에 가서 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본질은 그대로 갖고 다니는 겁니다. 사랑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센티할지 모르지만 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뭇잎 하나, 나뭇가지 하나, 말똥 한 덩어리, 뭐를 그리든 상관없어요. 그것이 드리우는 그림자조차 멋들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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