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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국내여행

정동진(正東津),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첫 사랑처럼

   정동진 (正東津)은,

  서울 광화문의 정동쪽에 있는 나루터라 하여 그리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한 때, 젊은 청춘들은 낭만과 변치않을 사랑을 속삭이며 정동진으로 향했고, 나이가 있는 분들은 지난 시절의 추억과 옛 사랑을 되새김하며 정동진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나, 유명한 관광지가 으례 그렇듯, 모래시계이후 정동진은 엄청난 인기를 끌며 몸살을 앓았고, 운치있던 해변과 역 주변은 온갖 상점들과 모텔들로 뒤덮히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동진의 소박한 모습을 기억하던 사람들에게 바뀌어 버린 정동진의 모습은, 짙은 화장으로 세월을 감춘 첫 사랑의 모습마냥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찾은 정동진에는 변해버린 모습만큼이나 정겨웠던 시절의 자취가 남아있기도 했습니다.  첫 사랑과 함께 했던 지난 시절의 추억만큼은 아직 그대로인 것 처럼 말이죠.

 

 

 

 간판은 세련되게 바뀌었지만, 역의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물론 바뀐 부분도 있겠지만, 기와지붕과 창문 너머로 건너 보이는 정동진 해변의 모습에서 지난 시절 기억속에 남아있는 정동진역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강릉방면의 철길입니다. 영원히 맞닿을 수 없을 것 같은 평행한 철길이 시선이 흩어지는 그 너머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박한 정동진 역의 모습입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사람들이 다녀감에도 멋들어진 유리와 금속으로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것이 고맙더군요.

 

 

 정동진에 다녀간 사람이라면, 누군가 한 장쯤은 가지고 있을 "해돋이역" 비석입니다. 

 사진 속 세월과 사람들은 바뀌어 가는데, 비석만은 그 자리 그대로네요.

 

 

3 1/2 플랫폼으로 뛰어들면, 지난 시절의 추억 속 그 사람과 조우할 수 있을까요?

 

 아니, 아예 과거 속으로 돌아가서 그 친구에게 지금의 우리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정동진 역 플랫폼 표지에 쓰여있는 "병진이 수미꼬♡"라는 글귀가 귀엽습니다.

지금도이 커플이 예쁘게 사랑을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바다를 즐기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시원한 바다에 몸을 내맡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런 바다를 보며 마음을 내맡기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정동진의 바다는 후자의 바다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동진을 향할 땐 굳이 수영복을 챙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네요.

 

 

 기차가 들어옵니다. 이 기차가 서울방향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평일은 서울행 막차가 4시 41분에 출발합니다.

 

 

정동진은 젊은 연인들도 많지만,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여행지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더라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 청량리에서 정동진까지 기차를 타고 가려면 거의 5시간 반이나 걸립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편안한 승용차로 가는 것 보다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불편한 여행이죠. 하지만, 효율을 따지기에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영동선 기차여행에는 아직도 남아습니다.

 

 

 

 덜컹거리는 소음과 정차역마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 불편한 좌석과 여닫을 수 없는 창문.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모두 모여 기차여행이라는 이름이 되면, 그런 불편함마저 추억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살면서 한 번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정동진행 영동선을 타보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밤 11시에 떠나는 청량리발 영동선을 말입니다.

 

 시끄러운 기차소리 속에서 서로의 어깨를 빌려가며 겨우 선잠에 든 연인을 바라보았을 때 느끼는 낭만과, 그 추운 새벽바다를 마주하고 상대방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며 일출을 보았을 때의 기쁨은, 앞으로 남은 고생들마저 추억으로 만드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으니까요.  

 

 

정동진역 기차 시간표 : http://www.jeongdongjin.co.kr/jttim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