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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영화이야기

[영화] 나약한 영웅과 혁명가의 대결,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

 

 

 

인간적인 나약함을 간직한 영웅 배트맨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가면을 쓰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아닌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그리고 영웅은 특정인이 되어선 안되기 때문에 가면을 쓴다'고 말입니다.

 

 
 

 이처럼 배트맨은 다른 영웅들과 달리 인간적인 고민이 많습니다.

 

 비록, 이번 달 대출이자나 카드값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부자라는 점에서 그는 이미 슈퍼 울트라 초능력을 가진 영웅일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배트맨은 이 영화 전반에 걸쳐 수 많은 고민을 하느라 어린이 관객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왜 고담시를 지켜야 하나? 부모의 복수는? 라스 알굴과 그 적은 누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캣 우먼은 왜 저렇게 땀나고 불편한 라텍스 스키니를 입고 다닐까?, 정의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없었던 자신의 무능함. 그리고 악당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는 현실 등등에 대해서 말이죠. 

 

 

 

 이처럼 배트맨이 다른 영웅들과 달리 무수한 고민을 하는 이유에는 그에게는 초능력이 없다는 점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슈퍼맨의 요상한 외계 운석의 힘이나, 스파이더맨을 깨물었던 초능력 거미의 힘, 그리고 아이언맨의 울진 원자력 발전소급 슈퍼 스트롱 심장이 배트맨에게는 없습니다. 그저 그에게는 소위 돈지랄[각주:1]로 만든 박쥐 슈트와 가면, 그리고 완구스러운 마감처리가 된 장비들이 있을 뿐입니다.

 

 이 말은 곧 그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일반인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러하기에 누구나 배트맨이 될 수 있고, 또한 배트맨은 누구도 심판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그의 모든 고민들이 시작됩니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배트맨이 될 수 있다면, 굳이 그가 고담시를 위해 나서야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영웅들은 대체 불가능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배트맨은 그렇지 않은 것이지요. 그저 자신이 하기 싫다면 건장하고 운동능력이 좋은 놈을 골라 슈트와 장비만 물려주면 되는 "인간적인 선택권"이 그에게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권이 그에게는 고민의 빌미가 됩니다. 

 

 한편, 단지 정의감이 넘치는 부자라고 해서 타인을 심판할 권리는 없습니다. 물론 법리적으로 긴급피난이 성립될 수도 있겠지만, 원론적으로 그에게는 사법적 권한이 없습니다. 적어도 유일무이한 초능력을 가졌다면 하늘의 뜻이라는 초법적인 사법권을 우겨 볼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그런 능력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범인을 잡긴 하지만, 죽이지는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 원작 만화 초반에서는 배트맨도 살인을 하지만, 미국 사회의 비난에 떠밀려 살인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만화의 내용이 수정 됩니다.)

 

 이처럼 배트맨은 인간적인 영웅이라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수 많은 고민을 수반하게 됩니다.

 

 

 

소크라테스도 울고 갈 철학적인 변명을 가진 악당들

  

 한편, 배트맨 시리즈가 현실세계에 미친 나쁜 영향력이라면, 바로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한 배트맨의 악당들처럼, 사회적 모순과 개혁을 범죄의 이유로 천명하는 모방범죄가 증가하였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처럼 배트맨에 나오는 악당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유로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고 있는데요, 모든 범죄의 배후로 지목되는 라스 알굴만 하더라도 부패로 가득한 세계를 파괴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겠다는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범죄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배트맨 시리즈가 다른 영웅물들과 달리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점입니다.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이란 그저 배트맨의 상대역이 아니라 사회에서 범죄가 벌어지는 이유와 그 현상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배트맨 영화를 가만히 살펴보면 언제나 그 악당을 따르는 똘마니들이 있는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들이 왜 악당을 따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단서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소년원을 찾아간 경찰(배트맨 로빈)이 그 형들의 행방을 물었을 때 그들이 지하 하수도로 들어갔다는 대사와 함께, 그 곳에는 지상과 달리 언제나 일자리가 있어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로 현실 세계의 고용 불안정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어둠의 세계로 걸어들어가 범죄자가 되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말은 곧 고담시의 범죄는 한 두 악당들의 일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고담시의 사회적, 구조적 부조리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미친 악당들 한 두명은 변이된 암세포 처럼 생길 수 있겠지만, 그 악당을 따르며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은 부조리한 사회가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번 영화에서 인상깊게 본 점은, 악당들이 고담시를 점령하여 자신들만의 재판을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마치 인민재판을 연상시키는 그 장면에서 고담시의 지배계층과 자본가들은 속속 추방과 사형판결을 받습니다. 물론 그 장면이 악의적이고 희화적으로 편집되긴 했지만, 민중혁명과 봉기의 끝에는 항상 그런 장면이 있어왔었습니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배트맨이라는 기득권의 수호자가 있어서 그 혁명이 실패하고 말았다는 점이 차이일 뿐입니다.

 

 

 

 

 고담시의 혁명 지도자 - 베인

 

 사실, 조금 극단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고담시의 부패한 지도자와 정치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혁명이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베인이 자신을 따르는 범죄자들을 조금 더 잘 통제하고,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면 이 영화의 영웅은 배트맨이 아니라 혁명지도자 베인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기득권을 지키는 자본가들의 영웅 배트맨이 아니라, 서민들을 대변하는 혁명지도자 베인이 주인공인 영화로서 말입니다.

 

 결국 영웅은 시대가 만들고 승자의 역사가 평가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1. [돈ː찌랄] [명사] 분수에 맞지 아니하게 아무 데나 돈을 함부로 쓰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