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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들의 몸부림 - 김훈 흑산 본문

문화이야기/책이야기

[책]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들의 몸부림 - 김훈 흑산

바람다당 2011. 10. 30. 02:04


배가 선착장에 닿자 징 소리가 높아졌다. 문풍세의 수탉이 마을 쪽을 향해 길게 울었다.


 김
훈 작가의 신간 “흑산(黑山)”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비록 그간 김훈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는
 있었지만, 역사적 소재를 바탕으로한 작품들은 항상 읽는 즐거움을 주었던 것 같다. 

 특히, 김훈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문체는
 이런 역사물에 잘 어울리는데 이는 그 말의 간결함 속에 담겨있는 단호함과 직결성 때문인 듯 하다.


 흑산은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신유박해로 말이암아
천주교인이라는 이유로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된 그 상간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이야기의
주된 모티브는 천주교 박해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그 이야기의 저변에는 시대의 한계 속에서 고뇌하고 절망하는 지식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현의 노래, 칼의 노래, 남한산성등에서도 그러했듯, 백성들은 가난하고 비참했고 나라의 목민관들은 명분과 탐욕의 늪에 빠져 백성들을 돌보지 못했다. 그렇게 백성들은 관리들의 학정(虐政)과 거친 자연 앞에서 스스로 자라난  들꽃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주어진 삶을 견뎌내야만 했다.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옵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겁 많은 우리를 주님의 나라로 부르지 마시고 우리들의 마을에 주님의 나라를 세우소서..



 

 소설 "흑산"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흥미로운 점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천주교를 믿는 백성들은 주로 신분제의 한계 속에서 내세의 평안을 기원하거나 현세의 고통을 잊기 위해 신앙을 선택한 반면, 당대의 지식인들은 천주교를 새로운 정치 및 지배 원리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명분을 내세워, 불분명하고 흐릿한 말의 안개속에 감춘 탐욕의 지배원리가 아니라, 숫자의 같은 명징한 언어로서 표현되는 지배원리를 꿈꾸었던 당대의 지식인들은 천주교와 외세의 힘을 빌려 조선사회의 혁명을 꾀하지만, 그들의 반란과 혁명은 실패하게 되고 그 뜨거웠던 꿈은 자기 자신의 피로서 식히게 된다.


 나는 흑산에 유배되어서 물고기를 들여보다가 죽은 유자(儒者)의 삶과 꿈, 희망과 좌절을 생각했다.
그 바다의 넒이와 거리가 내 생각을 가로막았고 나는 그 격절의 벽에 내 말들을 쏘아댔다. 새로운 삶을 증언하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이나, 돌아서서 현세의 자리로 돌아온 자들이나, 누구도 삶을 단념할 수는 없다.



 그들이 가졌던 울분.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목숨을 걸어 바꾸고자 했던, 조선의 미래는 무엇이었을까? 그 미래는 또 누구를 위한 미래일 것인가.
 

백성들은 그들이 원한 미래에 동참하길 원했을까?
 책을 덮으며, 수 많은 의문들이 머리를 맴돌다 흩어졌다. 
 
 한편 목숨을 버려가며, 신앙을 지켰던 백성들이 있었던 반면, 살아남기 위해 배교를 선택했던 수 많은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종교가 백성을 박해하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그들의 배교를 비난할 수 없다. 
 

생명을 위한 그 두려움마저 내게는 간절한 신앙의 증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비록 나와있지 않지만, 결국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남기고 유배지에서 죽는다.
신유박해와 정약용 형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도움이 될 듯하다.





예약판매 사은품으로 온 친필이 인쇄된 엽서.
책의 표지 안쪽에는 작가 김훈이 직접 그린 그림이 있는데, 이 엽서는 그 그림과 같은 그림이다.

     

"소설을 다 쓰고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영상을 그렸다. 배교자나 순교자들의 방향이 하나로 모여서 목표
를 추구하는 게 수억년 시공을 날아가는 한 마리 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고가리'는 새, 배, 물고기,
말 등을 합성했는데 진화를 향해 나아가는 생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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