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예매율 68%가 넘는 기대작, 노아가 드디어 개봉을 했습니다.
화려한 CG 장면과 러셀크로우의 열연, 아름다운 엠마 왓슨을 스크린에서 다시 보기를 기대하는 팬들은 물론 기독교인들의 단체 관람까지 예상되는 핫한 이 영화.
개봉당일 보고 온 영화 노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1. 노아에 대한 부적절한 묘사
우선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본 영화 노아는 참 암담하게 보여집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의 관념 속에서 노아는 하나님 앞에 완전하고 흠이 없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화 속 노아는 일종의 신앙적 광기 속에 빠진 인물로 묘사 되고 있습니다. 인류의 죄악 때문에 자신과 가족마저 모두 죽어야 한다는 영적 순결함에 빠져 둘째 아들 함의 여자와 자신의 손녀까지 죽이려 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경에는 그렇게 묘사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며느리가 될 여자를 죽게 내버려두거나, 손녀 딸을 죽이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 노아를 죽이려 하는 아들들 모두 성경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내가 너를 안전하게 지킬 것을 약속한다. 너는 네 아들들과 아내와 며느리들을 데리고 그 배로 들어가거라. 그리고 모든 생물을 암수 한 쌍씩 배 안에 넣어 너와 함께 살아남도록 하라. - 창세기 6장 17절 (현대인의 성경)
2. 지나치게 판타지적인 요소들
한편, 하룻밤 사이에 자라나는 나무들이나 돌거인이 된 타락 천사 그리고 판타지적인 힘을 가진 광석과 동시대에 존재할 수 없는 총통(銃筒)과 같은 소품들은 기독교인들에게 실망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는 장치입니다. 왜냐하면 기독교인들은 영화 노아를 통해 성경에 기록된 역사를 보고 싶어 하는데, 영화는 성경과 관련없는 생뚱맞은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경에도 노아의 방주 부분에 네피림이라는 거인들이 나오지만, 방주에 타려는 인간들을 학살하거나 방주를 대신 지어주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영화에 등장하는 천사는 창세기 3장에 나오는 감시자(watcher)와 이사야서의 타락 천사, 그 밖에 신화등을 각색한 새로운 창조물로 보입니다.
- 창세기 6장 4절 (현대인의 성경)
이와 같이 하나님은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 동산 동쪽에 그룹 천사들을 배치하여 사방 도는 화염검으로 생명 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셨다.
- 창세기 3장 24절 (현대인의 성경)
그 날에 여호와께서 하늘의 타락한 천사들과 땅의 교만한 통치자들을 심판하실 것이다. - 이사야서 24장 21절 (현대인의 성경)
3. 무자비한 신의 모습
영화 속에서 타락한 인류의 대표자이자 노아의 상대역으로 묘사되는 인물이 바로 두발가인입니다. 두발가인은 실제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인물인데 (노아의 방주와는 관련없는 인물), 그는 구리와 철을 만드는 장인으로, 인류 최초의 살인자 가인(카인)의 후손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편, 성경에서는 인류의 타락이 하나님(God)이 참고 두고 볼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묘사되어 있으며, 그러한 타락은 노아의 방주가 닫히는 그 순간까지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즉, 홍수가 날 것이라는 노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말을 무시하며 방탕한 생활을 지속한 것입니다.
이와같은 성경의 기록과는 달리 방주를 타기 위해 달려드는 인류를 내치는 영화 속 노아와 천사는 하나님(God)을 무자비한 존재로만 부각시켰고, 이를 지켜보는 기독교인들의 마음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씰라는 두발가인을 낳았는데 그는 구리와 철로 각종 기구를 만드는 자였으며 그에게는 또 나아마라는 누이가 있었다. - 창세기 4장 22절 (현대인의 성경)
홍수 이전 사람들은 노아가 배에 들어가는 날까지 먹고 마시고 장가가고 시집가다가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쓸어 버릴 때까지도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내가 올 때에도 그럴 것이다. - 마태복음 24장 38절(현대인의 성경)
우선 이 영화에는 종교적인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상당한 고심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 예를들어 기독교적인 용어인 하나님(God)대신 범용적인 용어인 창조자(creator)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신(God)의 실존감을 최대한 배제하는 등, 이 영화의 연출자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종교적 색체감을 줄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God)의 역사하심이 인간의 해석을 통해 왜곡될 수 있는 꿈이나 환각의 형태로 애매하게 묘사되는 장면이나 신의 직접적인 묘사을 자제하기 위해 므두셀라(안소니 홉킨스- 노아의 할아버지)를 통해서 개입하는 신의 존재등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와 같은 종교 영화를 기대했던 기독교인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신앙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정도의 성경적 각색과 파훼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분들은 이 영화를 보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로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와 같은 국가에서는 이 영화의 성경적(코란) 모순 때문에 상영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코란과 성경의 창세기 내용은 유사)
이 영화는 성경적 소재를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영화로 분류되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습니다. 오히려 액션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분류하고 관람하는게 더 마음이 편할지도 모릅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성경의 파훼로 인해 불쾌함이 느껴질 것이고, 비기독교인들에게는 인류의 멸망을 종용하는 기독교의 신이 개연성 없이 무자비하게만 느껴질테니 말입니다.
이 와중에 각본, 프로듀서, 연출까지 맡은 욕심많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신의 한 수를 놓고 갑니다. 바로 엠마 왓슨입니다.
모두가 불만족스럽고 불쾌할 땐 그냥 스크린 곳곳에서 나오는 엠마 왓슨을 보도록 합니다.
불쾌하고 불편했던 마음이 저절로 사라질테니 말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화가나면 그냥 엠마 왓슨을 보세요. 그러면 화가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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