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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서편제 - 닿을 수 없는 한의 소리,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본문

문화이야기/공연이야기

[뮤지컬] 서편제 - 닿을 수 없는 한의 소리,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바람다당 2014.04.15 07:30

 

서편제

 

 

원작 서편제의 존재감과 뮤지컬 서편제의 이야기

 

 

 사실 서편제를 뮤지컬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교과서 속 "학마을 사람들"로도 익숙한 이청준 선생님의 원작 소설과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가 가진 존재감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뮤지컬 서편제는 그저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어르신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창작 뮤지컬일 뿐이라고만 생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지인의 권유로 뮤지컬 서편제를 보고 나서야 그 편견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들이었는지를 깨닫을 수 있었습니다.

 

서편제

 

 사실 유명 라이센스 공연이 아닌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인 서편제를 보기로 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BC 카드 라운지 회원들을 위한 할인행사 때문이었습니다. 전석 50% 할인과 주역인 송화 이자람을 필두로 한 화려한 캐스팅까지, 비씨 스페셜데이 행사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그 덕분에 만족스러운 가격에 전석이 가득찬 공연장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서편제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오픈런이 불가능한 국내 뮤지컬 관행상 짧은 시간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서인지 뮤지컬 관람료가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대관료와 제작비, 열연을 한 배우를 생각하면 최소 5만원에서 10만원을 넘나드는 입장권이 마냥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관람료의 문턱을 조금 더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도록 뮤지컬의 저변을 넓히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恨)이 서린 소리의 길, 그러나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뮤지컬 서편제의 줄거리는 기본적으로 영화 서편제의 줄거리를 따라갑니다. 이청준 선생님의 단편 소설집 "남도사람" 중 "서편제" 편과 "빛의 소리" 편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죠.  

 

 다만, 의붓아들 동화가 락커가 되는 등 표현상 세부적인 부분들에 변화를 주었고 뮤지컬 서편제의 초창기 버전과 달리 배역간 균형을 주기 위해 동화의 비중이 더 늘어난 정도가 차이입니다.

 

서편제

 

 하지만, 언제든 원작의 모습 그대로 재현이 가능한 영화나 활자화된 책과 달리 뮤지컬은 매 공연의 순간이 새로운 창작의 순간이며 변화의 시간이 됩니다. 배우들의 컨디션이나 연기에 따라 공연의 늬앙스가 달라지기도 하고, 심지어 관객의 반응에 따라 뮤지컬 넘버 ( 뮤지컬 o.s.t)의 순서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뮤지컬 서편제는 영화 서편제와 닮아있기도 하면서 결정적으로 다른 차이점을 지니게 됩니다.

 

 즉, 영화 서편제는 1993년 임권택 감독이라는 거장의 손에 의해 이미 완성되어 견고하게 굳어져 있지만, 뮤지컬 서편제는 2014년인 오늘도 관객과 함께 교감하며 매순간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서편제

  

 그렇게 흘러가는 뮤지컬 서편제는 격동의 시기 우리의 소리만을 고집하는 소리꾼 유봉과 그의 딸 송화, 그리고 새로운 소리를 동경하여 떠난 아들 동화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가 스토리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관통하는 한(恨)의 정서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분노와 슬픔, 인내와 순종을 아우르는 그 단어는 소리를 찾기 위해 딸의 눈을 멀게하고 아들을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비정한 광기에 담겨있기도 하고, 모든 것을 체념한체 그저 살아가면 살아진다는 독백을 하는 딸 송화의 인생관에도 담겨있기도 합니다. 

 

서편제

 

 그리고 그렇게 소리를 향한 한(恨)이 빚어낸 애달픈 삶은 구슬프게 소리의 끝을 흐려나가는 남도 판소리 서편제와도 닮아있습니다. 감정을 절제하여 소리의 끝을 되게 끊어내는 동편제와 달리 애달프고 슬픈 서편제의 가락은, 눈먼 소리꾼 "송화'가 동생 "동화"의 장단에 맞춰 소리를 하는 뮤지컬의 대미(大尾) 부분,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특히, 뮤지컬 서편제의 캐스팅 중 송화역의 배우 "이자람"은 판소리 부분의 연기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었는데. 중요 무형 문화재 5호 판소리 춘향가, 적벽가의 이수자이기도 한 그녀가 소리를 할 때에는 마치 숨겨두었던 마지막 엠프에 갑자기 전원이 켜지듯 폭발적이면서도 절절한 가락이 흘러나와 더욱 큰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잡을 수 없는 소리와 닿을 수 없는 소리

 

서편제

 

 무대의 세트 장치는 브로드웨이의 대형 뮤지컬만큼 화려하고 정교하지는 않지만 한지로 장식된 스크린과 아름다운 영상은 뮤지컬의 스토리와 조화되어 아름다운 영상미를 만들어냈고, 마치 동양화의 그림 속으로 걸어가는 듯한 아름다운 여백과 절묘한 장면들은 일부 어색한 장면 전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내었습니다.

 

 또한 윤일상 작곡가, 조광화 작가,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등에 의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과 차지연, 이자람, 서범석, 양준모등의 실력있는 뮤지컬 배우들 그리고 수 많은 수정을 거친 스토리 라인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수작(秀作) 뮤지컬 서편제를 만들어 냅니다.

 

서편제

 

 그렇게 만들어진 뮤지컬 서편제는 새로운 소리 찾아 떠나는 동생을 잡을 수 없는 송화의 소리와 결코 아버지가 원했던 소리꾼의 길에 닿을 수 없었던 동화의 소리가 얽히고설켜가길 반복합니다. 

 

 그리고 뮤지컬 베스트 넘버인 "살다보면"의 가사처럼 살다보면 살아지는 인생사를 통해 잠시 맞닿았던 그들의 소리는 다시금 각자의 길을 향해 걸어가며 끝을 맺게 됩니다.

 

서편제

 

 이미 뮤지컬 팬들에게는 오랜시간 찬사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고 차지연, 이자람 이라는 걸출한 배우와 한국인의 정서를 잘 반영한 이야기가 함께 버무려있기에 친구나 연인, 혹은 부모님을 모시고 누구나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5월 11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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