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동행이 있기도 하고 때로는 홀로 길을 걷기도 하지만
여행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오롯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매년 제주를 향할 땐, 무엇보다 조용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어딜가나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제주에서는 조용한 숙소를 구하는 일이 출근시간 2호선의 빈 자리를 발견 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워졌습니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조용한 곳, 하지만 이왕이면 깔끔하면서도 특별한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생각으로 제주의 게스트하우스들을 검색하다 발견 한 곳이 바로 "사치야"라는 게스트 하우스 였습니다.
사치야는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라는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데, 제주의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그 길 모퉁이 끝에서 삼나무로 만든 사치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 게스트 하우스 "사치야"의 입구에 들어서면 햇볕이 들어오는 밝은 앞마당과 일본의 시골 집을 닮은 단정하고 깔끔한 건물, 그리고 제주의 검은 돌담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그러한 각각의 모습들이 눈에 거슬림 없이 주변의 풍경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 새롭게 지어지는 제주의 게스트 하우스들은 주변 마을의 풍경은 고려하지 않고 뜬금없이 콘크리트와 유리로 마감을 해 키치적이기까지 한 모던함을 강조한다거나, 혹은 지나치게 많은 디테일을 사용해 국적불명의 전통 게스트하우스를 만드는데 반해 이 곳 사치야는 절제된 건축 디자인과 주변 마을을 향해 열어둔 공간을 통해 세련되었음에도 제주의 시골 풍경과 공존하는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게스트 하우스의 마당으로 들어서면 표정은 도도하지만, 마음은 여린 겁쟁이 고양이 세마리와 친절한 주인장님을 만날 수 있는데 체크인 안내를 겸해 내어주신 시원한 약초차가 너무나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 이곳은 많이 알려진 제주의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주인장님이 주변의 가까운 음식점 몇 곳을 안내해 주시더군요. 하지만, 차 없이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냥 오시는 길에 식사를 하고 오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건물의 내부를 소개하자면 사치야는 크게 안채와 바깥채로 나누어 지는데, 안채는 거실, 주방,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2~3인이 머무는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바깥채는 독채로 이루어진 작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독채는 삼나무로 된 1~2인용 방으로 TV와 삼나무 침대 하나, 전기 매트, 이불등이 갖추어진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다만, 샤워실과 화장실이 안채에 있긴 하지만 문을 열면 바로 독립된 화장실과 샤워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좀 더 저렴하게 혼자만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장점으로 다가오더군요.
안채에는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거실과
다른 여행자들과 제주 여행의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게시판,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주방,
그리고 2~3인용 게스트룸과 주인장님의 생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머무느라 미처 친구가 되지 못한 고양이들과
햇볕이 드는 앞마당에서 유유자적하는 여유를 가져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만약 사치야에 머무실 계획이 있다면 굳이 멀리 나갈 것 없이 근처의 시골마을 돌담길을 걸어보거나 제주의 햇볕 아래 책을 읽는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은 미처 부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들을 편지에 담아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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