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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영화이야기

[영화] 더 시그널 후기, SF영화의 미래를 위한 잡담

 

 

더 시그널

ⓒ The Signal, Low Spark Films, 네이버 영화정보

 

 더 시그널.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뜨자마자 여기저기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옵니다. 기분좋은 웃음이라기 보다는 황당함에 가까운 웃음입니다.

 

 <매트릭스>, <디스트릭트9>,<51구역>등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와 난데없이 거대한 반전.

 

 하지만, 그 황망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더 시그널>을 통해 SF 영화의 새로운 대안을 옅볼 수 있었다면 심한 과장일까요?

 

 


더 시그널 (2014)

The Signal 
8.1
감독
윌리엄 유뱅크
출연
브렌튼 스웨이츠, 로렌스 피쉬번, 올리비아 쿡, 뷰 크냅, 로버트 롱스트릿
정보
SF, 액션, 스릴러 | 미국 | 94 분 | 2014-07-09
글쓴이 평점  

 

그 신호에 응답하는 순간
 우리가 알던 모든 세계가 무너진다! 

 

"뙇!"

 영화 <더 시그널>은 감독 <윌리엄 유뱅크>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 제30회 선댄스 영화제 미드나잇 섹션 부분에서 큰 호흥을 받은 작품입니다. <윌리엄 유뱅크>는 이 영화로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뒤를  이을 차세대 SF감독으로 주목 받고 있기까지 하죠.

 

 그러나 평단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당히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관객들은 영화의 단서들을 보며 수 많은 `왜'라는 의문을 던져보지만, 감독 <윌리엄 유뱅크>는 그러한 질문에 일일이 대답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에 새겨진 의문의 숫자와 의문의 장소 그리고 격리된 도시에 나타나는 사람들. 감독은 수 많은 복선을 내포한 듯한 단서들을 여기저기 던져 놓고 이 단서들이 영화의 결말을 유추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듯한 늬앙스를 풍기지만, 허무하게도 이 단서들은 영화의 결말과 그다지 큰 연관이 없습니다.  

 

 우리가 영화 <매트릭스>를 보며 충격적인 느낌을 느꼈던 이유는 그 영화 속 단서들이 반전을 합리적으로 설명해주었기 때문인데, 영화 <더 시그널>의 단서들은 영화의 반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의 결론을 지켜보며 감동과 전율보다는 "뙇"이라는 생뚱맞은 느낌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더 시그널

ⓒ The Signal, Low Spark Films, 네이버 영화정보


비록 그 결말은 허망하지만

영화의 도입부와 전개 과정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의문의 해커가 남긴 알 수 없는 신호!

그 신호를 쫓아가는 호기심 많은 공대생들

그리고 그들이 발견한 의문의 장소!!


주목 받고 있는 신예 배우 <브렌튼 스웨이츠>와 <올리비아 쿡>의 매력적인 모습을 눈으로 쫓아가며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관객도 어느새 그들과 함께 의문의 장소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하지만,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수 많은 물음표를 가지게 됩니다.


도대체 왜? 

 

더 시그널

ⓒ The Signal, Low Spark Films, 네이버 영화정보



 그 수 많은 물음에 대해 감독은 설명을 유보합니다. 대신 이러한 공백을 관객이 스스로 채워 나가게끔 합니다. 상상력이 풍부하며 음모론에 심취한 사람이라면 감독의 의도 이상으로 이야기의 반전을 유추해 나갈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논리적인 사람이라며 거대한 의문에 휩싸인 채 난데없이 결론과 조우하게 될 것입니다.

 

더 시그널

 ⓒ The Signal, Low Spark Films, 네이버 영화정보


  하지만 전 이야기가 열린채로 비어있는 바로 그 곳에서 미래 SF 영화의 대안을 보았습니다.

 

 사실 요즘의 SF 영화를 보면 이야기의 배경과 스토리가 마치 만화책을 보듯 디테일하게 그려집니다. 관객의 상상력은 특수효과팀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체되었고, 그 스토리와 세계관은 세세하게 다듬어져 패스트푸드처럼 간편하게 제시됩니다. 관객은 그저 어린아이처럼 감독이 떠먹여주는 완성된 스토리를 먹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더 시그널>은 거친 로우푸드(Raw Food)처럼 관객의 적극적인 소화와 개입을 필요로 합니다. 의문사를 접속사로 사용하는 감독의 불친절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관객은 감독이 비워둔 이야기의 여백을 자신의 상상으로 채워가며 결말을 구슬 꿰 듯 추측해 나갑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적 긴장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즉, 한폭의 동양화처럼 스토리의 여백이 미완성이 아닌 의도된 여백이 될 때, 바로 그 여백을 잘 활용하고 배치할 수 있다면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멋진 SF영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 그리고 SF 영화의 대안이 바로 여기에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더 시그널

 ⓒ The Signal, Low Spark Films, 네이버 영화정보

 

 비록 지금도 그 황당한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대형 SF영화와는 다른 이 영화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SF영화의 팬이라면 감독의 결말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결말을 덧칠하며 이 영화 <더 시그널>을 색다르게 즐겨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