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에는 영화 <군도>를 시작으로 <해적>과 <명량>등 다양한 사극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첫 번째 기대작인 영화 <군도>가 드디어 개봉을 했습니다. 우선 영화 <군도>의 리뷰에 앞서 영화 <군도>에서 벌어진 일들이 실제 역사에서는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 쇼박스, 네이버 영화
■ 영화 군도(群盜)의 시대적 배경
영화 <군도>는 불행한 임금 조선 철종 13년(1862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대왕대비 김씨와 외척인 안동 김씨 일파의 전횡으로 조정의 법도는 땅에 떨어졌고, 이를 틈탄 지방관리들의 착취(삼정문란,三政紊亂)로 백성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당시 조선의 조세제도는 전정(田政)·군정(軍政)·환정(還政) 등의 삼정(三政)이 주축을 이루었는데, 부패한 지방관리들은 쓸모없는 땅에 조세를 부과하거나<전정> 어린아이나 죽은 사람에게도 군역을 대신한 군포의 <군정> 납부를 독촉하고 빌려준 쌀에 비해 과도한 이자를 부과하거나 무게를 속임으로써<환정> 조선의 백성들을 착취해 나갔습니다.
농민 반란 초기, 농민들은 향회나 관아를 통해 제도권 내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조선시대의 구조적 한계와 기득권층의 반발로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1862년 3월 2일 단성민란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농민항쟁이 들불처럼 일어나게 됩니다.
농민들의 반란에 놀란 철종과 조정의 대신들은 삼정이정청(三政釐整廳)이라는 임시기구를 만들어 삼정의 문란을 혁파하려 했으나 부패한 관리와 지주들의 반발로 조세 개혁은 70일만에 무위로 돌아가고, 주색에 빠졌던 철종은 이듬해인 1863년 결국 승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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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군도(群盜)의 참고가 된 사건 - 임술농민항쟁(진주민란)
영화 군도는 실제사건을 재조명 한 영화는 아니지만, 가장 큰 모티브를 <임술민란>의 <진주민란>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임술민란은 1862년 조선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농민항쟁을 말하는데, 그 중에서도 철종 13년 봄 진주에서 일어난 진주민란이 이 영화의 이야기와 가장 많이 닮아있습니다.
당시 삼정의 문란으로 조선의 백성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 <경상도우병사>로 부임한 <백낙신>의 학정은 극에 달한 상태였습니다. 경상도우병사 백낙신은 죽은이에게도 조세를 거두고 각종 명목으로 세금을 뜯어가는 등 백성들을 참혹하게 괴롭혔는데, 이를 보다못한 몰락양반 류계춘이 여러차례 비변사에 소장을 내지만 그의 소는 계속 묵살되었고 이에 격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무력항쟁을 도모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그는 前 홍문관 교리 이계열, 장교 출신 김수만, 유랑 농민 이귀재 등과 함께 학정에 저항하는 농민들을 모아 진주성에서 무력봉기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와 함께 무력봉기에 나선 농민들은 머리에 흰 수건을 쓰고 다른 한 손에는 농기구나 몽둥이를 든 채 부패한 관리들을 불태워 죽이거나 착취 지주들을 습격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민심의 수습을 위해 조정은 학정을 한 경상도우병사 백낙신과 진주목사 채병원를 파직하면서 겨우 난을 수습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민중봉기는 들불처럼 번지며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1862년 수많은 민란과 민중봉기가 그해 말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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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군도(群盜)의 조직 - 지리산 추설과 땡추
영화 군도에서는 도적들의 무리가 <추설>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설>이라는 조직은 김구의 <백범일지>에도 기록된 실존 조직인데, 삼남(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 근거를 둔 지리산 <추설>과 강원도에 근거한 <목단설>은 조선 의적조직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조직이었습니다. 여기서 <설>이란 서리한다(도둑질하다)의 준말로 <추설>과 <목단설>은 엄격한 규율과 조직을 갖춘 도적 단체였는데, 이들을 단순한 도적떼로 보기보다 고려에 충성하며 조선의 지배체제에 반대하는 반체제조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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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경영이 분한 땡추역의 땡추(땡초)는 당취(黨聚)에 근원을 두고 있는 말로써 조선의 숭유억불정책에 반발해 산문에서 내려와 재야불교운동을 주도한 승려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불교의 격식에 얽매이지 않았고 당시의 의적떼들과 어울려다니며 의적들의 통신망 역활을 하기도 했으며, 민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경영이 분한 땡초역 또한 승려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실존 조직을 빗대어 그려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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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한 민중봉기, 그러나 민중의 손으로 그려낸 역사의 시작
실제 역사에서는 영화 <군도>의 모티브가 된 농민운동(임술민란)은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1862년 전반에 걸쳐 들불처럼 일어난 민중봉기는 결국 그해 말 사그라들게 되는데, 이는 조정의 탄압이라는 외부적인 요인 보다, 혁명의 동력을 소진한 내부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영화 <군도>에서처럼 민중봉기를 주도한 지도세력들이 참수를 당하여 혁명을 이끌 지도자들이 없어졌고, 지역 단위 민중봉기를 전국적으로 조직화 할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농민들이 착취 지주를 습격하는 등 계급투쟁의 성격을 띄긴 했지만, 농민 스스로 계급의식을 가지지 못한 결과 봉건제의 철폐나 계급투쟁의 역사적 사명등을 깨닫지 못한 한계를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민중봉기의 경험과 성과는 <동학농민운동>으로 면면히 이어지게 되고 이후 <3.1운동>과 <민주화 운동>등의 씨앗이 되었다는 점에서 민중의 손으로 그려낸 역사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는 저평가된 우리 농민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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