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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영화이야기

[군도 평점 후기] 도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백성들의 이야기

군도

 

올 하반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기대했던 작품, 개봉 4일만에 200만을 돌파했다는 <군도, 민란의 시대>를 보고 왔습니다. 기대했던 것 만큼 재미있었던 점도 있었고, 기대 이하로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기에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을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군도:민란의 시대 (2014)

6.7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강동원, 이경영, 이성민, 조진웅
정보
액션 | 한국 | 137 분 | 2014-07-23
글쓴이 평점  

 

 

 

  +300 만 관객 -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진 연기파 배우들

 

 ⓒ showbox, 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역시 캐스팅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조윤>역의 <강동원>이 스크린에 나올때마다 호흡을 가다듬는 여자 관객들을 보면서, <하정우>와 <강동원>의 팬덤이 영화 흥행에 가장 큰 역활을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특히, 섬세하고 날렵한 선을 가진 <강동원>이 연기한 <조윤>이라는 역은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는 말이 나돌만큼 그 존재감이 상당했습니다. 

 

ⓒ showbox, 네이버 영화

 

  하지만, 영화 <군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한 배우는 역시 <도치> 역의 <하정우>였습니다. 우둔하고 모자란 백정 <돌무치>가 지리산 도적떼<추설>을 이끄는 <도치>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주제의식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기에 그의 역활이 그 누구보다 중요했습니다.

 

 배우 <하정우>는 평범하고 착실했던 백성 <돌무치>가 기득권 계층인 지주의 부당한 대우에 상처를 받고, 기득권만을 보호하는 제도권의 벽 앞에 좌절해 도적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상당히 인상적인 연기로 표현해 냈습니다. 그는 선 굵은 연기, 그리고 압도적인 눈 빛 연기 뿐만 아니라, 틱 증후군을 연상시키는 디테일을 더함으로써 그의 캐릭터가 외형적으로 강하지만 불안한 내면을 가지고 있음을 세밀하게 표현헤 냈습니다. 

 

 

ⓒ showbox, 네이버 영화

 

 그 밖에 노사장 <대호> 역활의 이정민, 유사 <땡추> 역활의 이경영, 전략가 <태기> 역활의 조진웅 등은 이야기의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캐릭터를 밀도있게 표현함으로써 영화 <군도>의 명암을 더욱 깊게 만들었고,

 

ⓒ showbox, 네이버 영화

 

 괴력 <천보> 역의 마동석, 명궁 <마향> 역의 윤지혜, 심복 <양집사> 역의 정만식 등은 그 맛깔나는 조연의 연기를 더함으로써 영화의 색체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처럼, 영화 <군도>는 캐릭터와 연기자간의 어울림이 좋고 밸런스가 잘맞아서 관객들은 연기자의 연기에 방해받지 않고 영화의 스토리에 좀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100만 관객 - 현실의 각박함에 대한 은유

 

ⓒ showbox,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철종13년, 1862년에 일어난 민란을 그 배경으로 합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 <군도>를 통해 오늘날 이 시대에도 벌어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주목하게 됩니다. 

 

 

 악랄한 지주의 수탈과 이들과 결탁해 지주의 기득권만을 보호하는 지방관리들의 부패한 모습 속에서 우리는 승자독식의 천민 자본주의가 초래한 현실의 피폐함을 바라보게 되고, 그 피폐함 끝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울분을 가지게 됩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 길바닥으로 내몰린 철거민들의 절규는 불법 폭력 시위가 되고, 하루 아침에 구조조정을 당해 회사 밖으로 쫓겨난 노동자들의 권리투쟁은 사유 재산을 침해하는 불법 시위가 되어 진압을 당합니다. 노동자들의 권리 보전을 위해 세워진 근로복지공단은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가 아닌 그 사용자를 위해 변론을 하며, 선박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해경은 배의 구조 변경과 과적을 눈감아 주다 기어코 수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냅니다. 

 

 이처럼, 영화 속 백성들의 억울함과 관리들의 부패함에 현실의 피폐함과 부조리함이 투영될 때, 우리는 의적들의 활동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영화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150만 - 스파게티 웨스턴과 홍콩 무협 스타일

 

 ⓒ showbox, 네이버 영화

 

 영화 <군도>의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영화의 연출 방식 때문입니다. 액션활극 중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 (마카로니 웨스턴) 그리고 홍콩 고전 무협 영화의 스타일을 차용한 이 영화의 연출 방식은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와는 별도로 영화의 주제의식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 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의 피폐한 삶과 그 삶의 울분을 감당치 못해 일어난 의적들의 활동은 서부영화나 홍콩영화의 그 것 처럼 경쾌하고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백성들의 피눈물과 울음소리는 서부 영화식의 BGM으로 대체 되었고, 의적들의 의분(義憤)은 홍콩 무협의 화려한 스타일로 갈음되었습니다.

 

 물론 <윤종빈> 감독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서부영화나 홍콩 고전 무협영화의 그것을 차용해 그 무게감을 덜어내려 했고 그 영화적 완성도 또한 나쁘지 않았지만, 이러한 장르적 재미를 찾는 매니아들을 제외한 일반 대중 관객들에게는 이 연출방식이 오히려 영화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100만 - 137분의 런닝타임 그리고 뻔하고 지루한 후반부 

 

ⓒ showbox,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의 부정적인 리뷰를 읽어보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평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 캐스팅에 이 정도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영화 <군도>의 런닝타임이 영화계의 금기인 2시간을 넘는 137분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강동원>에게 무게 중심이 급속하게 실리면서 영화가 균형감을 상실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 백성들의 분노와 아픔은 너무 단순하게 그려졌고, <강동원>과 <하정우>가 이끄는 지리산 <추설> 도적떼의 싸움은 평면적 대결 구도로만 점철됩니다. 선악의 경계를 단순하게 구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윤종빈> 감독 답게 악역 <조윤> 역의 <강동원>은 선악이 불분명한 캐릭터가 되어 갔고, 지나치게 멋진 모습만을 보인 탓에 관객들은 응집된 분노를 배출할 대상을 잃어버립니다. 또한 그를 추적하는 지리산 <추설>의 도적떼는 <강동원>의 무적의 칼질 앞에 너무나 쉽게 추풍낙옆이 되어 나가 떨어집니다.

 

 그나마 영화의 마지막, 대나무 숲에서의 싸움에서 <조윤> 역의 <강동원>과 <도치> 역의 <하정우>는 인상적인 싸움을 하게 되지만, 영화 후반부의 지루함은 결국 치유하지 못한체 그 이야기의 끝을 맺게 됩니다.

 

 

ⓒ showbox, 네이버 영화

 

 영화 <군도> 는 매력적인 배우들과 균형 잡힌 캐릭터들로 인해 호평을 받기도 하겠지만, 스타일에 치중한 연출 방식과 긴 런닝타임은 이 영화의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현재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나뉘고 있지만, 영화 <군도>의 관람객 수는 입소문을 타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의 흥행에 대한 판단은 아직은 좀 더 뒤로 미루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좋은 배우들이 나와 열연을 했고, 감독 또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 영화를 풀어냈기 때문에 인터넷의 평점이나 입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직접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